지능이 높으면 타인에 대한 배려도 잘한다


배려를 한다는 것은 얼마나 고차원적인 능력이 필요한지 알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상대는 목이 말라 쓰러질 것 같은데, 힘이 들어 보여서 의자를 갖다 놓는다든지 ‘배가 고파서 그러는구나‘하고 빵을 주면 이건 상대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배려를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대가 뭘 원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일단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입장인지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이론(Theory Of Mind, TOM)

마음이론은 상대방이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내는 능력으로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 능력 정도를 평가한다.

마음이론은 타인에게 마음이 있다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타인의 마음을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타인의 관찰로부터만 추측할 수 있다. 흔히 타인은 자신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에서 시작하며 자기성찰을 통해서만 마음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과 상대의 마음을 동일시 한다.

마음이론에 대한 몇몇 행동에 대한 조짐을 확인할 수 있다. 관심끌기 행동이나 타인의 의도를 이해하고, 타인을 모방하는 것은 마음이론의 특징이라 하겠다.

마음이론은 만 2세 ~ 7세의 아이는 ’다른 사람도 나랑 보는 게 같고 생각도 똑같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을 자기중심적 사고라고 한다.

자기중심적 사고를 가진 아이는 남을 배려하지 못한다. 소아 심리학자 피아제는 그 원인을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찾았다. 만 2세 ~ 7세의 아이들은 타인의 생각, 감정, 지각, 관점 등이 자신과 같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유명한 세 산 모형 실험(three mountain problem)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아동들에게 좌우가 다른 비대칭적인 산 모양을 보여준 후, 아동이 앉아 있는 위치와는 다른 위치에서 관찰자가 그 광경을 보았을 때 무엇을 볼 것인가를 물어보았더니 일반적으로 3, 4세의 아동은 타인도 자기가 보았던 것을 똑같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런 것을 우리는 ’인지능력이 떨어진다‘라고 말한다.


컵을 이용한 실험도 있다. 아이에게 같은 양의 물이 따라진 두 개의 똑같은 컵을 보여준다. 똑같냐고 물어보자 아이는 똑같다고 말한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한 컵의 물을 기다랗고 가느다란 컵에 물을 따른다. 그리고 무엇이 더 많냐는 질문에 아이는 가느다란 컵의 물이 더 많다고 말한다.

또, 동전 5개를 넓게 퍼트린 것과 좁게 모아놓은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많냐고 물어보자 넓게 퍼트려 놓은 동전을 가리켰다. 

그러면 언제부터 이것을 인식할까? 우리가 사춘기, 청소년기라고 하는 만 12세 ~ 17세의 나이가 되면 ’다른 사람도 나랑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구나‘라는 걸 인식하기 시작한다.

성인이 되어서도 마음이론이 떨어지는 사람도 역시 존재한다.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게 있는데, 선천적인 경우 자폐스펙트럼(또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 어떤 건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후천적으로는 조현병을 앓고 있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로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도 있고, 아니면 수면 부족, 우울증, 불안 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뭔가에 깊이 집중한다든지, 정신없이 바쁘다거나 강한 집착도 마찬가지다. 생각해 보면 몸이 지치고 힘든데 다른 사람의 입장까지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은 자기 몫의 일을 하고 나서 항상 여유가 있다. 일단 일(=역량)을 잘해서 시간이 남고 능력이 남아야지 배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신은 바쁘고 힘든데, 아내는 집에서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기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역할 교환(Role reversal)

사이코드라마는 한국에서는 정신치료극이란 이름으로 건강보험 수가가 등재된 집단정신치료로 알려져 있고 일반 대중에게는 심리극이 더 친숙한 것이 바로 사이코드라마이다. 사이코드라마는 제이콥 레비 모레노(Jacob Levi Moreno)라는 미국의 유태계 정신과 의사가 창시하였는데, 이 기법을 통해 공감 능력을 키우고 관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역할 교환(또는 역할 바꾸기)이라고 불리는 기법이 있는데, 어떤 갈등 상황에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고 자신이 느낀 것을 이야기하고 표현한다. 즉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역할 교환이다. 타인이 바라보는 자신에 대한 모습이기 때문에 상대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상대의 마음을 더욱 깊게 알게 된다.

예를 들어 남성은 여성이 되어 집안일을 해보거나 아이를 돌보거나 아니면 아이를 출산해 보는 등 체험을 통해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준다.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 EI)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같은 사람들은 마음이론에 뒤떨어지지 않지만 배려하는 마음이 결여되어 있는 반면, 배려를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감성지능(EI)과 관련이 있다. 감성지능은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인지하고, 이해하고, 관리하며,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으로 ’감성지수(EQ)'라고도 불린다. 감정, 리더쉽, 사회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감성지능을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자아인식이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능력으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불쾌한지, 기분이 나쁜 건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이게 분노인지, 슬픔인지, 아니면 불안인지 등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기관리 능력이다.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지만 단순히 감정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을 말한다. 부정적인 감정에서 긍정적인 감정으로 느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면 갑자기 시련이 닥쳤을 때도 유연하게 극복할 수 있고 곤란하거나 긴박한 상황에도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다. 차분함은 주변에 편안함을 준다.


세 번째로는 동기부여 능력이다. 스탠퍼드 마시멜로 실험은 유아원의 4~6세 아동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수행하였다. 아동에게 과자인 마시멜로 하나를 주고 15분 동안 이를 먹지 않으면 하나를 더 주겠다고 설명한 뒤, 해당 아동이 마시멜로를 먹는지 참아내는지를 관찰하였다.

실험 결과 일부의 아동은 문이 닫히자마자 마시멜로를 바로 먹어 버렸고, 일부는 15분을 기다려 마시멜로를 하나 더 받았으며, 나머지 아동들은 몇 분간은 기다리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었다. 결과에 따라 자제력이 있느냐를 평가하였다.

실험에 참여했던 아동들이 성장한 뒤에 성취도를 추적한 결과 유혹을 좀 더 오래 참을 수 있었던 아동들은 청소년기에 학업 성적과 SAT 성적이 우수했고, 좌절과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도 강했으며, 심지어 체질량지수(BMI)도 정상 범위에서 잘 유지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네 번째는 타인의 감정인식 능력이다. 자신의 경험(=자기성찰)을 바탕으로 타인의 감정을 읽어내는 것으로 이 능력이 발달한 사람은 일에 대한 인정보다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오해와 다툼은 소통의 단절에서 오기 때문에 대화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마지막으로 대인관계 관리 능력이다. 타인과 효과적인 대인관계를 유지해 나가며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경청, 공감, 존중, 긍정적인 마인드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사람을 대할 때 무시하지 않고 존중해 주고, 배려하는 자세는 무엇이든 조화롭게 하여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이 수준에 도달하면 강한 리더십을 얻을 수 있다.

아이큐만 높다고 해서 감성지능이 높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일은 잘하는데 인간미가 안 느껴진다거나 차가운 인상을 주는 등 로봇처럼 일하는 사람이 꼭 한 명씩 있다. 이런 유형을 감성지능이 뗠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또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어린 시절부터 적응된 환경에 따라 감성지능에 차이가 나는데, 일반적으로 감성지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단 본인의 감정을 인식하는 게 우선이다.

미국의 경우 유치원과 같은 저학년은 슬픔, 기쁨, 행복과 같은 감정이 쓰여있는 주사위를 던져서 나온 감정에 관해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주사위를 던져서 기쁨이 나오면 기쁨이라는 감정에 대해 토의한다. 이렇게 서로가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핀란드 아이들의 경우도 하루 4~5시간만 학교에 다니지만, 학습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짧은 수업 시간, 적은 숙제, 더 많은 놀이 시간, 그리고 고도로 훈련된 교사들이 학습 효과를 높여주며, 스마트한 학습이 장시간 학습보다 효과적임을 증명하였다. 따라서 이런 교육 시스템은 서로의 공감과 유대감을 키워주므로 감성지능이 달라진다.

일본은 유아 교육에서 정규 시험을 금지하고, 엄격한 학업 교육 이전에 예의범절, 공감 능력, 그리고 규율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본인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부터 인식하는 연습을 어렸을 때부터 가르치려는 것이다.


사회성숙도지수(Social Maturity Scale: SMS)

우리는 살면서 자기 것만 챙기는 이기적이고 인색한 사람을 종종 보게 된다. 사람마다 ’내 맘 같지 않다‘는 말처럼 어렸을 때부터 살아온 경위가 다르다 보니 발달하는 감성지능도 차이나기 마련이다. 예컨대, 좋은 의도로 시작한 배려가 때로는 오해가 되어 곤혹을 치르기도 한다.

사회성숙도지수라는 게 있는데 예를 들어 친구 집에 혼자 갈 수 있는지, 숟가락으로 밥을 먹을 수 있는지, 옷을 혼자서 입고 벗을 수 있는지 등 개인이 독립적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고 나이 또래에 맞게 행동하는가를 평가한다.

사회성숙도검사는 자조(SH-self help), 이동(L-locomotion), 작업(O-occupation), 의사소통(C-communicat ion), 자기관리(SD-self direction), 사회화(S-socialization) 등과 같은 사회적 능력(social competence), 즉 적응행동(adaptive behavior)을 측정하는 도구이다.

성인이지만 혼자서 병문안을 가지 못한다거나 대화가 어렵다거나 사회에 적응을 못해 방황한다거나 다양한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적지 않게 눈에 뛴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다고 해서 대등한 입장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부모·자식 간의 입장으로 비치는 예도 있다.

한편, 사회성이 없는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너무 길게(=불필요하게) 말을 한다. 말이 많으면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고 짜증만 남는다. 짜증이 나니까 화를 낸다. 그래서 ’왜 갑자기 화를 내는 거야’라며 다투기까지 하는 걸 볼 수 있다. 우리는 생각만큼 집중력이 길지 않기 때문에 짧게 이야기하는 편이 낮다.

우리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깊은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힘,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많은 지식을 겸비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논쟁이 싫어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둔하게 보는 것처럼 저마다 가지고 있는 감성지능의 차이라 하겠다.


끝으로

감성지능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사람과 많은 대화를 해보고 지식을 쌓는 것이다. 장사하는 사람은 다양한 사람을 대하다 보니 한눈에 간파당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 각지에서 확산하고 있는 시위(=다툼)의 경우 대체로 대화의 단절에서 오는 것이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경청이 필요하다. 경청은 무언가를 받아들이고 수용한다는 뜻이므로 마음이 열려 있는 상태가 되어야 가능하지만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는 중재자가 필요할 수 있다.

중재자란 바로 세계정부를 말하며 국가 간의 갈등을 해소할 좋은 열쇠가 되고 협력을 유도하는 강한 리더십의 소유자가 중심이다.

리더십이란 무슨 일이든 두뇌나 힘으로 처리하지 않고 또 일만 잘하는 사람도 아니다. 감성을 자극해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따르게 하므로 감성지능은 중요한 요소라 하겠다. 이는 단순히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마음의 기술인 셈이다.

한편, 사람은 본래 착하나 주위 환경에 따라 성품이 모질고 습관이 잘못 들어 윤리도덕을 해아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사람이 있으며, 이미 도를 넘어 양보나 설득만으로는 공존의 여지가 없는 이도 있다. 따라서 어렸을 때부터 감성지능을 키워야 하는 이유이다.

배려를 한다는 건 상당히 마음을 써야하는 부분이다. 자신의 일만으로도 바쁜데 타인까지 신경써야 하니 정말 힘들고 짜증만 나겠지. 그래서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사람이 되기 마련이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는 건 일을 잘해서 받는 게 아니라 감당이 안 되서 받는 것이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할 때나 갚아야 할 빚이 많다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 버거울 때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세상이 혼란스럽고 각박한 세상에서 집착하고 있던 것을 잠시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무리하지 않으면 잃을 것이 없고 때로는 쉬어 가는 것이 지혜가 되니 분명 한결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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