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조건이 나쁘면 식물도 도박을 한다
95%의 확률로 1만원을 가지는 것과 100% 확률로 9499원을 가질 수 있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또 여기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95%의 확률로 1만원을 내는 것과 100% 확률로 9499원을 내는 것이 있다면 이번에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대다수가 처음 제안에는 100% 확률로 9499원을 받는 것을 선택하고, 두 번째는 95% 확률로 1만원을 내는 것을 고른다. 이유는 간단하다. 첫 번째 제안에서는 1만원을 받는 게 9499원을 받는 것보다 좋긴 하지만 재수 없게 5%의 확률에 걸리면 한 푼도 받지 못 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액수가 좀 적더라도 안전하게 9499원을 받는 쪽을 선택한다. 두 번째 제안은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확실하게 9499원을 내는 것보다 혹여라도 5%에 해당돼 한 푼도 내지 않을 상황을 기대하며 95%의 확률로 1만원을 내는 것을 선택한다.
여기서 하나의 결론을 얻을 수 있다. 95%의 경우 돈을 받고 운 나쁘게 5%에 걸려도 돈을 받지 못 할 뿐 손해는 없는 제안에서는 확률이 더 높은 쪽에 베팅하고, 5%에 들어야만 돈을 내지 않을 뿐 95%의 경우 돈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5%의 작은 기회에 베팅한다는 사실이다.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심리를 분석하는 행동심리학에서 사람이 의사 결정을 어떻게 내리는지를 설명할 때 주로 예로 드는 스토리이다. 조건이 좋을 때는 안전한 선택을, 나쁠 때는 확률은 낮지만 기대를 해볼 수 있는 선택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만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놀랍게도 식물도 똑같은 행동양태를 보인다. 완두의 뿌리를 두 갈래로 갈라놓은 실험 모형을 두 개 만들고 A, B라 표기했다. 그리고 두 모형 모두 왼쪽 뿌리에는 영양분을 일정하게 공급하고 오른쪽 뿌리에는 들쭉날쭉하게 공급한다. 다만 A에는 영양분을 충분히 주고, B에는 생존이 불투명할 정도로 적게 준다.
영양분을 충분하게 준 A에서는 일정하게 공급한 왼쪽의 뿌리가 크게 자랐다. 들쭉날쭉 영양분이 들어 온 오른쪽의 뿌리는 거의 자라지 못했다. 영양분을 충분하게 공급하지 않은 B에서는 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B의 완두는 영양분이 들쭉날쭉 공급되는 쪽으로 뿌리를 길게 뻗었다. 왼쪽으로 뿌리를 뻗어봐야 충분히 배를 채울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들쭉날쭉이라는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 배를 채울 만한 영양분이 들어올 때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안고 과감하게(?) 리스크가 있는 쪽으로 모험을 하는 것이다. 역시 조건이 좋을 때는 안전한 선택을, 나쁠 때는 모험을 하는 단행하는 것이다.
출처: 이코노미 20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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