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실패로 모든 걸 포기한 채 두 번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사람과 마주할 때가 있다. 술에 의지한 채 지난 실수를 한탄하며 무력감에 빠져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기회를 엿보며 인내하며 때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알려지지 않은 한 과학자가 수조 한 가운데 투명한 유리판을 설치했다. 그리고 왼쪽에는 북미산 육식 파이크(강북어) 물고기를 넣고 오른쪽에는 작은 물고기 떼를 넣어 두었다. 강북어 물고기는 작은 물고기를 보자마자 무작정 돌진하였다. 하지만 유리판에 번번이 부딪혀 작은 물고기를 먹을 수 없었다.
수십 번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결국 강북어는 구석에 처박혀 몸을 떨기 시작했는데, 이때 과학자가 가운데를 가로막고 있던 유리판을 치워주었다. 작은 물고기들은 강북어의 입가까지 헤엄쳐 왔지만 큰 물고기는 끝내 입을 벌리지 않았고 굶어 죽어가는 순간까지도 눈앞의 먹이를 포기한 채 존재하지도 않는 벽만 바라보며 결국 이 물고기는 먹이 더미 속에서 굶어 죽고 말았다.
이 실험이 바로 유명한 파이크 증후군 실험이다. 파이크 증후군(Pike Syndrome)은 실패했던 경험이 학습되어, 실제로는 상황이 바뀌어 성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학습된 무력감'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우리를 무너뜨리는 건 과거의 실패가 만든 마음의 그늘인 것이다. 몇 번을 해도 ‘난 결국 안돼!’ ‘해봐도 똑같애!’라는 생각에 자신을 가둬버리는 것이다. 더 나은 길이 있음에도 실패의 기억 때문에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하려 하지 않는다.
이 현상을 종종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의 학습된 무기력과 연결하곤 한다. 1967년 실험에서 반복적으로 피할 수 없는 전기 충격에 노출된 개가 나중에 피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 실험은 코로나 사태 때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음을 상기시켜 준다.
이와 비슷한 쥐 실험이 있다. 한 과학자가 쥐들을 전기 충격이 가해지는 미로 상자에 넣었다. 그리고 쥐들은 탈출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고통스러운 전기 충격만 돌아왔다. 수백 번의 실패 끝에 쥐들은 미로의 한구석에 웅크린 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이때 연구원은 미로의 탈출구를 열어 주었는데, 탈출구는 바로 코앞이었는데 충격이 가해질까 두려워 단 한 마리도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았다.
셀리그만은 동물연구로부터 학습된 무기력을 통해, 우울증의 원인 및 치료 방법을 제시하며 심리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비관적 인지와 무기력을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태도로 변화시킴으로써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회복탄력성과 낙관주의, 비관주의 등을 통하여 행복을 설명하며, 내적인 강점의 발견과 잠재력의 발현을 통하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하였다. 또한 브릿지 게임을 통하여 우연적 사건을 통한 행운이나 일확천금보다 노력을 통한 성취감, 친밀한 대인관계, 삶의 의미가 행복한 삶에 있어서 중요함을 발견하고 기존의 긍정심리학 연구에 성취감 요소를 추가하였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처음부터 높은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사소하지만 작은 성공을 경험하게 하고 이를 반복하여 조금씩 회복하는 것이다. 작은 성공을 거둘 때마다 스스로에게 칭찬하거나 기록으로 남겨 성취감을 뇌에 각인시켜 준다.
무기력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지만 특히 가족의 작은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만 사슬을 영구적으로 끊는 첫 번째 고리라 되겠다.
이와는 다르게 현실에 너무 편안함에 안주하다 보니 작은 변화도 크게 작용하여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두려움이나 스트레스로 느끼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작은 변화도 스트레스 때문에 풍파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변화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모든 것은 변화하고 유동적인지라 변화를 거부하면 곧 의식(意識, Consciousness)의 죽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스키너의 상자(Skinner Box)’라는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이 실험은 B.F. 스키너가 ‘조작적 조건화‘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쥐나 비둘기를 사용하여 진행한 실험이다. 그는 쥐에게 보상을 주면 지렛대를 당기는 방법을 더욱 쉽게 배운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실험 방법은 각각의 상자에 당기는 횟수가 다르게 하였는데, 지렛대를 각각 3번, 5번, 20번에 한 번씩 눌렀을 때 먹이가 나오도록 설계했다. 배가 고플 때마다 레버를 눌러 먹이를 얻기 시작하였고, 반면 레버를 누르면 전기 충격이 가해지도록 설계된 지렛대에는 먹이가 눈앞에 있는데도 손을 대지 않았다.
어떨 때는 한 번만 눌러도 나오지만, 백번을 눌러도 꽝일 때가 많았던 일종의 확률 게임으로 인해 이때부터 쥐는 완전히 다른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한 번, 두 번 무려 수십 번이나 버튼을 눌렸다. 바로 옆에 먹이가 있었지만 쳐다보지도 않았다.
스키너 실험에서 알게 된 건 행동 뒤에 오는 결과가 그 행동을 반복할지 멈출지를 결정한다는 ‘조작적 조건화’라는 사실이다.
우리의 삶은 어쩌면 거대한 스키너의 상자와 다르지 않다. 보상은 행동을 반복하게 하고 손실은 멈추게 한다. 그러나 결국 투자에 돈을 잃고도 빚을 내서 또다시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 우리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이 모든 건 학습이다. 파이크 증후군처럼 강한 충격은 멈출 수 없다. 한 번의 쾌거가 거대한 도파민을 만들어 혼자 힘으로 도저히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든다.
아이에게 너는 안돼! 라는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쉽게 포기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
요즘 전쟁 때문에 세상이 온통 시끄러운 소리만 들리는 것 같다. 트럼프의 돌발적 행동 때문으로 생각되는데, 트럼프의 행동 역시 일종의 학습된 습관으로 역사의 굴레가 아닐까 생각된다. 우월한 민족이라는 착각, 지금도 세계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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