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피로, 만성 피로는 수면만으로는 회복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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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는 심신의 과부하로 활동 능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한국 질병관리청은 '피로란 일상적인 활동 후 비정상적인 탈진 증상, 지속적인 노력이나 집중이 필요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이 러한 피로함을 자각하는 감각을 '피로감'이라고 한다.
피로감은 몸을 지키기 위한 '생체 경고'
피로는 단순한 이상 상태가 아니다. 심신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생체 경보(alarm)'이다. 나른함과 무기력감을 느끼게 해 쉬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경고함으로써 흑사해 몸이 망가지고 병드는 것을 막는다.
그렇지만 인간은 생체가 보내는 경고를 무시하고 심신을 혹사하는 행위를 계속하기 쉽다. 자신은 별로 피로를 느끼지 않기 때문에 좀 더 무리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도 늘 자신의 상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피로해도 그것을 자각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피로의 정도와 느끼는 방식에는 큰 개인차가 있어. 피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조금씩 피로의 메커니즘과 대처 방법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피로 증상은 복합적이고, 뇌도 몸도 지쳐 있다
피로 증상은 다방면에 걸쳐 있다. 오랫동안 피로를 연구해 온 의사이자 일본 고베 대학교 대학원 특명교수인 와타나베 야스요시 박사는 "피로는 크게 나누면 3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하루종일 서서 일하거나 심한 운동, 폭음·폭식처럼 신체를 국소적으로 과도하게 사용해 생기는 '신체 피로'이다. 둘째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고민, 수험 공부나 업무 압박, 장시간의 섬세한 작업 등으로 일어나는 '정신·신경 피로'이다. 그리고 셋째는 몸의 조정 기능을 담당하는 뇌간과 시상, 시상 하부, 앞쪽 대상 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 ACC) 등이 피로한 '뇌 피로'이다. 실제로는 이 3가 지가 중복된 피로가 대부분이다.
피로를 시간 축으로 보면, 쉬면 회복되는 '급성 피로'와 피로가 수 시간에서 2~3일 이어지는 '지속성 피로', 그리고 피로가 축적된 상태로 회복되기 힘든 '만성 피로'로 나눌 수 있다. 급성 피로는 대부분 밤에 푹 자면 아침에는 회복된다. 만성 피로는 피로가 쌓여 잠을 자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
피로의 원인은 세포 안에서 과잉 발생하는 '활성 산소'가 원인
피로의 증상은 다양하다. 그러나 피로의 근원을 세포 차원에서 파악하면 '세포의 지나친 활동으로 인한 활성 산소[활성 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 ROS)]의 과잉 생산'에서 시작되는 메커니즘에 그 원인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체는 약 200종의 세포로 이루어지며, 각각 활발하게 활동한다. 세포들의 과부하가 계속되면, 피로로 이어지는 일련의 반응이 일어난다.
어떤 세포이든 활동하기 위한 에너지는 세포 내 소기관의 하나인 미토콘드리아 안에서 만들어진다. ADP(아데노신2인산)라는 물질에 인산이 결합해(인산화), 에너지 통화로서 사용되는 ATP(아데노 신3인산)가 대량으로 만들어진다.
이런 인산화는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 시스템이지만, 반응 과정에서 독성이 강한 활성 산소(super oxid와 hydroxyl radical)가 생성된다. 활성 산소는 세포 안에서 SOD(슈퍼옥사이드 디스뮤타제) 비롯한 활성 산소 처리 효소와 비타민 C, 코엔자임 Q10 등의 항산화 물질에 의해 처리된다.
그러나 ATP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활성 산소의 양이 활성 산소 처리 효소와 항산화 물질의 처리 능력을 넘어서면, 활성산소에 의해 세포 내 부품이 상처를 입는다. 예를 들면, DNA와 단백질, 지질 등의 세포 내 부품이 산화로 인해 기능을 잃는다. 그러면 세포가 제대로 활동할 수 없다.
에너지 부족이 피로감을 지속시킨다
이런 상태가 되면, 대식 세포(마크로파지) 등의 면역 세포가 세포의 손상을 감지해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을 방출하기 시작한다. 사이토카인은 상처 부위에 염증 반응을 일으킴과 동시에, 혈류와 신경을 통해 전신의 다양한 부위에 작용한다. 그러면 자율 신경계가 흐트러지면서 권태감, 통증, 발열, 의욕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한편, 사이토카인류에 의한 염증 반응은 산화된 세포를 환원시켜 원래 상태로 돌리고, 망가진 단백질을 다시 만드는 세포 복구(repair)의 신호탄이 된다.
이런 복구에도 ATP가 필요하다. '산화 성분의 환원'은 필요한 ATP가 적고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후자인 '새로운 단백질 생산'에는 대량의 ATP가 필요하며 6시간 이상의 휴식, 즉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
이 점에 대해 와타나베 박사는 "과도한 활동으로 인해 세포 복구에 사용되는 ATP가 부족할 때도 새로운 피로 증가와 만성화가 일어난다"라고 말한다.
식생활이 피로의 원인이 된다
연말연시에는 폭음과 폭식이 이어져 위장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위장 장애는 '위장이 피로한 상태이다. 이것은 지방분 등이 많은, 소화가 잘 안 되는 식사가 이어지거나 과식하거나 알코올과 카페인을 지나치게 섭취해, 위와 장의 소화에 관여하는 세포에 과부하가 걸려 발생한다.
이럴 때 소화관의 점막 상피를 구성하는 세포 안에서는 유독한 활성 산소가 증가한다. 활성산소로 인해 세포가 손상되어, 원래 수행해야 할 소화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소화를 돕는 점액과 호르몬 분비가 줄거나 영양소 흡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손상된 위장의 세포와 주변의 면역 세포에서는 사이토카인과 히스타민 같은 물질이 방출된다. 사이토카인은 소화관의 근육(평활근)과 신경(연동 운동을 제어하는 근육층 신경열기)에 작용해 소화관의 연동 운동을 억제한다. 이로 인해 소화불량과 위통, 복통, 설사, 팽만감 같은 불쾌한 증상이 나타난다. 히스타민은 소화관 근육을 수축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복통과 설사를 악화시킨다.
와타나베 박사는 피로했을 때야말로 "발효 식품을 많이 섭취해 장내 세균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장에는 약 1000종, 약 100조 개에 이르는 장내 세균이 산다. 장내 세균은 장에 에너지원을 공급하거나 장의 연동 운동을 촉진해 장의 활동을 보조한다. 또 장내 세균은 짧은사슬지방산(아세트산 등) 같은 유용 물질을 만든다. 짧은사술지방산의 양이 적으면, 자율 신경계를 통해 장의 움직임이 나빠진다.
위장이 피로하다고 느낀다면 식생활을 바꿔 보자. 그러면 소화기의 피로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정신도 안정된다.
뇌신경의 과도한 활동이 정신을 불안정하게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먼저 뇌의 '뇌간(청 반핵)'에 있는 신경 세포와 부신에서 노르아드레날린이 대량으로 분비된다. 노르아드레날린은 뇌의 거의 전역에 작용해 각성 상태를 유지한다. 예를 들어 뇌의 '전전두피질'은 주의와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편도체'는 공포와 불안 등의 감정을 조절하며, '해마'는 기억 정착을 촉진 한다. 또 노르아드레날린을 받은 신경 세포는 다른 신경 세포에 작용해 세로토닌을 분비시킨다. 세로토닌은 정신을 안정화시킨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지나치게 크거나 계속되면 과로한 신경 세포에서 대량의 활성 산소가 방출된다. 그러면 신경 세포는 장애를 입고 뇌의 기능이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뇌간에서의 노르아드레날린 분비가 줄어들고, 도미노처럼 뇌 전체의 기능이 낮아진다.
예를 들어 전전두피질과 앞쪽 대상 피질의 이상 때문에 주의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편도체의 이상 때문에 공포와 불안감 등의 감정 조절이 비정상이 된다. 해마의 이상 때문에 기억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는다. '노르아드레날린을 받은 신경 세포가 다른 신경 세포에 작용해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는 작용도 저하된다. 그 결과, 세로토닌의 양이 급감해 정신도 불안정해진다.
뇌의 염증이 극심한 피로감을 낳는다
이렇게 되면 미소 아교 세포가 뇌의 이상을 감지해, 사이토카인을 방출하기 시작한다. 뇌는 염증 상태에 빠져 기능이 더 낮아지며, 뇌의 앞 쪽 대상 피질, 안와전두피질, 뒤쪽 전전두 피질로 이루어진, 피로를 정확하게 인식하기 위한 회로도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따라서 과도한 스트레스와 오래 계속되는 스트레스는 뇌의 회로와 스트레스 감지 기능을 손상시켜 피로 감지 기능을 망가뜨린다.
그렇게 되면 이상할 정도의 피로감과 권태감이 오래 이어 지며, 우울상태와 불면, 전신 둔통(둔하고 무지근하게 느끼는 아픔), 미열·발열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이런 뇌 피로 상태는 근통성뇌척수염/만성 피로 증후군(ME/CFS)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일으킨 후유증(Long COVID) 환자의 뇌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정신적 피로를 느낀다면 심해지기 전에 의식적으로 기분을 전환하기를 권한다.
'혈류 개선'이 피로 회복에 효과적이고, 다리 근육이 회복의 열쇠이다.
피로 회복 방법의 하나로 '큰 근육을 움직여 혈류를 촉진하는 방법이 있다. 근육의 피로를 예로 들어 생각해 보자.
근육을 과도하게 사용해 피로해졌을 때, 활동한 근육에서는 근육 세포 안의 활성 산소와 젖산만이 아니라, 염증과 통증을 가져 오는 브래디키닌(Bradykinin) 같은 물질이 쌓인다. 또 근육 세포가 손상되어 세포와 조직이 염증 상태가 되며, 근육의 회복과 복구에 필요한 영양과 항산화 물질 등이 부족한 상태이다.
이럴 때 큰 근육을 움직여 혈류를 개선하면, 불필요한 물질이 신속하게 간과 신장으로 운반되어 무독화와 배출이 촉진된다. 또 혈액에서 항산화 물질이 공급되어 활성 산소도 제거된다. 당과 지방산, 아미노산 등이 공급되어 손상된 근육 세포가 복구되고 고갈된 에너지가 생산된다. 이로 인해 피로가 회복되는 것이다.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 큰 근육을 움직인다
혈류를 개선하기 위해 근육을 움직이는 데는 스트레칭과 걷기, 가벼운 조깅, 스쿼트 등의 운동이 효과적이다. 장딴지, 허벅지, 등, 엉덩이 같은 큰 근육을 움직이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 혈류 개선만이 아니라, 근육 세포가 내는 마이오카인(myokine)으로 총칭되는 생리 활성 물질도 중요하다. 마이오카인 중에는 피로 회복을 촉진하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아이리신'이라는 마이오카인은 걷기, 조깅, 사이클링 등의 유산소 운동을 할 때 근육에서 분비되어, 미토콘드리아의 활성화와 증식을 촉진한다. 에너지 생산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몸이 덜 피로하고 복구도 빨라진다.
이런 유산소 운동을 할 때는 '인터류 킨-6(IL-6)'라는 염증을 억제하는 마이오카인도 분비된다. IL-6는 세포 손상 부위에서의 염증을 진정시켜 복구를 촉진한다.
한편, 스쿼트처럼 어느 정도 부하가 걸리는 운동을 하면, 'BDNF(뇌 유래 신경 영양 인자)'라는 마이오카인이 분비된다. BDNF는 뇌로 운반되어 신경 세포의 성장과 보호 작용을 발휘해, 뇌의 피로를 줄인다.
적당한 운동이 덜 피로하고 회복도 쉽게 한다
단, 근육이 피로한 데도 심하게 운동하는 것은 좋지 않다. 따라서 근육의 피로를 잘 확인하는 일도 중요하다. 근육의 피로 회복에 대해 와타나베 박사는 "근육 상태를 급성과 만성용으로 구분해 생각해야 한다"며 "만성적인 결림과 통증이 있으면 따뜻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혈관이 팽창해 혈류가 좋아짐과 동시에, 세포 안에서 작용하는 다양한 효소가 활성화되어 세포 복구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한편, 급한 통증, 열감, 부기 등의 급성 증상이 있으면 차갑게 해야 한다. 이런 때 따뜻하게 하면 악화되니 주의해야 한다. 식힘으로써 혈관이 수축해 손상된 근육 부위의 세포 활동(대사)이 줄어든다. 그러면 염증 반응이 진정되어, 부기와 통증의 확대를 막는다.
정리하면, 적당한 운동을 습관화해 혈류를 양호하게 유지하고 마이오카인 분비 수준을 높이면, 덜 피로하고 피로해도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출처: 뉴턴 202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