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윤리 사이: iPS 세포 기술을 사용해 동성 커플의 아이를 만들어도 괜찮을까?

남성과 여성이 없으면 아이는 생기지 않는다. 이런 상식이 과학의 진보로 인해 바뀌고 있다.

2023년 3월, 일본 오사카 대학교의 연구자들이 수컷 쥐에서 유래한 세포만으로 새끼 쥐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수컷' 쥐의 iPS 세포(유도 만능 줄기세포)에서 '난자'를 만들고, 그것을 다른 수컷 쥐의 정자와 수정시킴으로써 7마리의 새끼가 태어났다. 수컷 쥐의 세포만으로 새끼가 생긴 것은 포유류로서는 세계 최초의 일이었다.

인간의 경우, 2015년에 일본 교토 대학교의 연구자들이 iPS 세포에서 난자와 정자의 근원이 되는 '원시 생식 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인간의 iPS 세포에서 난자와 정자를 만드는 일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지면, 불임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할 것이다.

한편, 남성에게서 난자 혹은 여성에게서 정자를 만들 수 있으면, 동성의 부모로부터 아이를 만드는 일이 원리적으로 가능해지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의 사회 시스템(혼인에 관한 법률 등)과 윤리관은 남성과 여성의 부모 사이에서 아이가 생긴다는 상식을 바탕으로 구축되었다. 그런데 과학의 진보로 동성의 부모에게서 아이가 생기면, 예로부터의 사회 시스템과 윤리관은 그 사실에 대응할 수 없어 문제가 된다. 과연 동성 부모의 세포에서 아이를 생산하는 일이 허용될 수 있을까?


지켜야 할 사회 규범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윤리학

그런데 '윤리(ethics)'란 도대체 무엇일까. 윤리라는 단어의 의미는 사전적으로는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나 '인간 사회에서의 선악 기준', '도덕(moral)' 등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윤리학을 전문으로 하는 일본 교토 대학교의 고다마 사토시 교수는 엄밀하게 말해 윤리와 도덕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반적으로 도덕이란 법률로 규정되지 않은 사회 규범을 가리킨다. 반면에 윤리는 법률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즉 윤리란 법률과 도덕 양쪽을 포함한 사회의 규범과 룰(rule) 전체를 가리킨다."라고 설명한다.

윤리학은 개인의 생활 방식(도덕)과 사회의 존재 방식(법률) 양쪽을 모두 연구한다. 사회적 혹은 개인적으로 무엇을 해도 좋은지(허용),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금지), 혹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의무)를 생각하며,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법을 찾는 것이 윤리학이다.

윤리에 대한 흔한 오해 중에 '사람에게는 다양한 가치관이 있기 때문에, 윤리에는 정답이 없다'라는 것이 있다. 그렇지만 '어린이를 확대해도 좋은가'라는 문제에 대해 '확대해도 좋다는 가치관이 있다'고 해서 아동 학대를 긍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학대해서는 안 된다는 정답이 바로 나올 것이다. '어려운 윤리 문제는 수학의 난제와 마찬가지로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합리적인 근거와 선택지를 제시하면서 답을 찾는 것이 윤리학이다.


공리주의와 의무론, 대표적인 두 가지 생각

'남성 또는 여성끼리 아이를 만들 수 있을 때, 그것을 허용해도 좋을까?'라는 문제를 윤리학적으로 생각해 보자.

윤리학에서 논의를 진행할 때 사용하는 두 가지 대표적인 생각이 있다고 고다마 교수는 말한다. 그것은 '공리주의(목적론)'와 '의무론'이다.

공리주의란 행위의 결과로서 '관계자 전체의 행복이 최대'가 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어떤 행위로 인해 1명이 행복해지지만 5명이 불행해지는 행위와 1명은 불행해지지만 5명이 행복해지는 행위가 있을 때, 공리주의에서는 후자 쪽이 윤리적으로 정당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행위의 결과(귀결)에 의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공리주의자는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제러미 벤담(1748~1832)이다.

'의무론'이란 '행위가 초래할 결과에 관계 없이 행위 그 자체의 정당함에 의해 판단한다'는 생각이다. 그 행위가 정당하면. 어떤 결과가 되더라도 정해진 의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의무론의 대표적인 지지자는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1724-1804)이다.


트롤리 문제에서 드러나는 명확한 생각의 차이

공리주의와 의무론의 차이를 유명한 윤리 문제인 '트롤리(Trolley) 문제'를 통해 살펴보자. 제어할 수 없게 되어 폭주하는 트롤리의 노선에서 여러 명이 작업하고 있다. 그대로 진행하면 트롤리와 충돌해 그 사람들이 죽는다. 반면, 당신이 선로를 바꾸면 바꾼 선로 위에 있는 1명의 작업자가 죽는다. 당신은 선로를 바꿔야 할까? 이것이 고전적인 트롤리 문제(트롤리 딜레마)이다. 상황 설정과 사람 수에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트롤리를 자동차로 바꾸어 생각하기도 한다.

공리주의로 생각하면, 여러 사람을 구하기 위해 진로를 바꿔 1명을 희생시키는 것이 올바른 행위이다. 하지만 의무론의 입장으로 보면 설령 여러 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진로를 바꾸지 않으면 죽지 않았을 1명을 희생시키는 일은 허용될 수 없기 때문에 진로를 바꾸지 않는 것이 정당하다고 설명한다.


행복과 불행의 양은 어느 쪽이 많을까

동성 커플의 아이 문제를 먼저 공리주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동성 커플의 아이를 인정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행복(이익)과 불행(불이익) 가운데 어느 쪽이 많아질까. 동성 커플도 아이를 만들 수 있으면 당장은 아이를 얻은 동성 커플은 행복해질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총수가 늘어남으로써 세금 수입같은 사회적 이익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동성 커플의 아이를 인정함으로써 생기는 불이익은 무엇일까. 남성과 여성 부모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전제로 구축된 사회 제도를 변경하기 위해 다양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동성 커플의 아이가 당연시될 때까지는, 본인들이 주위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도 있다.

이처럼 공리주의의 '관계자 전체의 행복'을 엄밀하게 판단하기란 어렵기 때문에, 의견이 갈릴 수 있다. 동성 커플의 아이를 인정한다면, 행복의 총합이 얼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생명 윤리의 4원칙

의무론의 입장에서는 '동성 커플이 아이를 만든다'는 행위 자체의 정당함이 대상이 된다. 생명 과학과 의료의 윤리 문제를 생각할 때는, 참고가 되는 4가지 원칙이 있다. 미국의 철학자 톰 비첨과 제임스 칠드레스가 제창한 '자율성 존중', '무위 해(악행 금지)', '선행', '정의(공정함, 평등함)'의 4가지(생명 윤리 4원칙)이다.

이 원칙에 따라 생각하면,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동성 커플의 선택을 존중해야 하며(자율성 존중), 부모와 태어날 아이에게 위험이 미치지 않게 해야 한다(무위해). 또 부모와 그 아이에게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일을 해야 하며(선행), 특정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부모와 아이를 공평하게 다루어야 한다(정의),

동성 커플이 아이를 만들 때는 iPS 세포 등의 기술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의 안전성(위해가 없는지) 검증에서 보면 아직까지는 미래의 이야기이다. 정의에 대해서도, 동성 커플의 아이를 만들기 위해 많은 의료 자원을 사용하는 일이 공정 한가라는 논의도 있을 것이다. 생명 윤리 4원칙에 근거해 생각해도 '동성 커플의 아이를 만든다'라는 행위가 윤리적으로 정당한지를 판단하기 어려워, 앞으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윤리관은 시대와 함께 변한다

동성 커플이 아이를 만들 수 있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 전 단계의 기술은 앞으로 점점 확립될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인간의 iPS 세포에서 난자와 정자의 근원이 되는 원시 생식 세포를 만드는 일은 이미 가능해졌다. 원시 생식 세포의 다음 단계로 난자를 만들 수 있으면, 불임 치료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미래의 임신·출산에 대비해, 젊었을 때 난자를 동결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iPS 세포에서 안전하게 난자를 만들 수 있으면 난자 동결도 불필요해지고, 불임 치료도 훨씬 쉬워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IPS 세포에서 난자와 정자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아이를 만드는 일을 인정해야 할까.

동성 커플에서 아이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미래의 이야기를 하자면, 1명의 남성 혹은 여성에게서 정자와 난자를 만들고 수정시켜 아이를 생산하는 일도 기술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 더 이상 파트너마저 불필요해져, 1명의 인간이 아이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런 기술의 이용을 허용할 수 있을까?

과학의 진보로 인해 우리의 윤리관은 큰 영향을 받는다. 체외 수정도 처음에는 자연의 섭리에 반한다는 비판적 의견이 있었지만,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실시하고 있다.

생명에 관한 윤리 문제는 우리 인간만의 문제이다.

죽은 다음, 유족이 AI(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해 고인을 가상 공간에 '부활시키는 것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iPS 세포 기술을 사용해 동성의 남성끼리, 혹은 여성끼리 사이에서 아이를 만드는 것을 인정해도 좋을까?

과학과 윤리의 교차점에 선 우리는 무엇이 옳은지 합리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이다.


출처: 뉴턴 20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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