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곧 마음 - 네 마음을 보여줘!


대부분 그것(심장)을 의식하지 않지만 그것은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인다. 장기들 가운데 유일하게, 또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보이기도 한다. 심장은 상황에 따라 쿵쾅쿵쾅, 두근두근 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조용하게 소리를 내지 않는다.


심장의 하나의 상징이다.

심장이 감정의 중심이라는 발상은 고대로부터 시작 되었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심장이 등장하는 최초의 이야기이다. 길가메시는 신에게 심장을 제물로 바친다. 

이때 심장은 신과 자신을 이어주는 것으로, 문명의 왕 길가메시와 자연의 자식 엔키두의 우정을 상징한다. 인류가 만든 최초의 이야기에서부터 이미 심장은 인간 내면의 고통과 공감, 사랑의 원천으로 나타난다.

파라오의 시신을 미라로 만들 때 다른 장기는 다 버리면서도 심장만큼은 몸속에 다시 넣어둔 고대 이집트, 고대인들에게 펄떡이는 심장은 곧바로 목숨과 이어진 것이었다.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심장에 정신과 마음이 담긴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심장(Heart)은 '정서적 기록지'

뇌 과학을 통해 우리는 심장을 포함해 몸 전체를 통제하는 장기는 바로 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심장의 가치와 의미는 여전히 소중하다. 뇌가 아무리 중요한 기능을 한들 뇌 자체에는 아무런 감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뇌는 사실이지만 심장은 사실이면서 상징이다. 하트(Heart.심장)는 그런 상징의 힘으로 세상을 지배해왔다. 

서양에서 '마음이 찢어지는(heartbreaking)', '겁에 질리다(have our heart in our mouths)', '외우다(learn by heart)', '냉혹한(heartless)' 같은 표현은 모두 심장에서 유래하였다. 한국말도 마찬가지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심장이 끓다(어떤 마음이 용솟음치다), '심장이 작다(겁이 많고 대담하지 못하다)', '심장에 불을 지피다' 같은 표현에서 심장은 곧 마음이나 용기를 뜻하는데, 이는 서양의 관념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동양과 서양 모두에서 심장은 다양한 감정을 대변한다.

심장은 '정서적 기록지'라 할 만큼 신체 내 그 어떤 기관보다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체제가 망가지면 몸도 망가진다. 테러나 재난 같은 극단적인 사건이 유발하는 심리적 스트레스는 심장마비를 일으킬 위험을 두 배로 증가시킬 수 있다.


마음이 우울하면 심장도 아프다

우울한 기분은 본래 뇌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우리는 우울하면 "심장이 아파"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습관적인 것이 아닌, 실제로 그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이 국내 빅데이터를 분석해 우울증이 심장병의 일종인 심방세동(心房細動)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2002~2008년 국가건강검진 수검자 가운데 심장 건강에 이상이 없고 20세 이상인 500만 명을 대상으로 10년간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우울증을 앓고 있으면 심방세동이 발생할 위험이 1.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이 재발한 적이 없으면 1.17배, 재발한 적이 있으면 1.32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발병 위험이 높았다. 20~39세 그룹에서 1.58배로 연관성이 가장 높았다.


심장 돌보려면 사회를 돌보아야

미국 심장내과 의사이자 작가인 샌디프 자우하르(Sandeep Jauhar)는 저서 <심장>을 통해 "우리 몸의 어떤 신체기관도, 어쩌면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어떤 사물도 (심장만큼) 그토록 많은 은유와 의미로 점철되지는 않았다"며 "심장은 다양한 의미로 가득 채워진 그릇”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또 "오늘날 점차 분명해지는 사실은, 생물학적 심장이 은유적 심장과 불가분하게 연결돼 있다” 면서 "심장을 치료하려면 사회와 마음까지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심장을 돌보려면 사회를 돌보아야 한다는 것으로, 모두의 심장을 건강하게 하려면 우리의 심장을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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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머니플러스 20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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