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분노 심리학: 분노의 원리와 올바른 대처법
코로나 사태이후 감정조절이 잘 안 되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마스크 착용 요구에 고함을 치거나 다짜고짜 폭력을 휘두르고, 또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부부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억울한 입장이 되거나 억눌린 감정이 한순간에 폭발하는 경우에도 분노를 표출한다.
한편 분노를 전혀 표출하지 않으면 자신이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상대에게 전달할 수 없으므로 이 감정이 쌓이면 타인에게 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처럼 분노는 대처하기가 매우 어려운 감정이다. 도대체 우리는 왜 화를 내는 것일까? 인간의 분노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 것일까?
분노의 근원은 싸움이나 도주를 위한 본능
먹이를 빼앗긴 고양이나 새끼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어미 새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이때 동물은 도망치기보다 상대를 위협하거나 공격한다. 이처럼 동물은 자신의 생명과 존재가 위협 당하는 위기에 직면했을 때 분노의 감정을 드러낸다.
분노를 느낀 동물의 몸속에서는 대량의 호르몬(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맥박이 빨라지면 혈류가 증가하고, 포도당과 산소가 온몸으로 운반되어, 적과 싸우거나 도망가기 위한 태세가 갖추어진다. 분노와 공포의 감정은 동물에게 공통적으로 널리 발견되며 상대와 싸우거나 상대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한 본능이다.
한편 인간의 분노 감정에는 다른 동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직접 생명에 위협받는 상황이 아니어도 자신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며. 또 동물은 분노의 감정을 드러내면서 바로 공격하든지 도망치는 행동을 하지만, 인간은 상대에게 분노를 느껴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서로의 관계나 체면을 생각해 참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일에도 '부당한 취급을 당했다'고 상대에게 화를 내고 그것이 살의를 동반할 정도로 커지지만, 그런 기색은 전혀 내보이지 않고 상대에게 접근해 반격할 때를 노리는 것이다. 인간의 분노는 매우 주관적이며 인지, 표출, 행동, 대응 등은 동물에 비해 복잡하다고 할 수 있겠다.
'대뇌 변연계'에서 분노가 생긴다.
분노를 느꼈을 때 뇌와 신체에서는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현재까지 밝혀진 점을 간략히 알아보도록 하자.
생명과 자기 존재를 위협하는 자극은 눈이나 귀 등의 감각 기관을 통해 뇌로 전달되고 대뇌 안쪽에 있는 대뇌 변연계를 활성화한다. 그리고 대뇌 변연계에서는 자율 신경, 기억, 본능, 쾌락 등을 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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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뇌 변연계 - 위키백과 |
자율 신경은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이라는 2개의 반대 작용을 하는 구조로 이루어지며, 이 2개가 균형적으로 작용하면서 신체 활동이 조절된다. 분노할 때 일어나는 아드레날린 분비, 혈압과 심장 박동수 상승은 교감 신경의 작용 때문이다.
혈류량을 늘리면 근육에 에너지 공급(포도당과 산소량)을 증가시켜 몸에 긴장감을 주게 되고, 그러면 순간적으로 공격하거나 도망가기 위한 준비 상태가 된다. 분노를 느꼈을 때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은 이런 원리 때문이며, 이것을 교감신경이라 부른다.
반대로 부교감 신경은 몸이 안정되었을 때나 잠잘 때는 혈류량의 감소, 혈압과 심장 박동 수의 저하, 소화 촉진 등이 일어난다. 이처럼 교감과 부교감 신경은 각각 신체 활동의 on/off 를 조절한다.
공격과 도피 등의 행동은 대뇌 변연계 중에서도 편도체, 시상 하부, 중뇌 중심 회백질 등의 부위가 협력해 일어난다.
동물의 경우 분노를 일으킬 때는 회백질에 의해 대뇌 변연계가 활성화하면 그것이 공격 등의 행동으로 이어지지만 인간의 경우는 발달한 대뇌를 가지고 있어 교감 신경에 의한 신체적 반응이 일어난 다음, 그 뇌의 '전두전(前頭前) 영역의 작용에 의해 편도체, 시상 하부, 중 뇌 중심 회백질의 기능이 억제될 수도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공격과 도피 등의 행동을 자신의 의사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분노의 감정은 곧 공격이나 도피 등의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아 그 둘을 구별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다
심리학자 제임스 아베리엘(1842~1910)은 분노에 동반된 반응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했다. 하나는 표출적 반응으로서 얼굴이 빨개진다거나 초조한 상태, 또는 얼굴이 굳거나 목소리가 떨린다는 식이다. 표출적 반응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로는 제어하기 힘들다.
다른 하나는 개인의 성격과 입장에 따라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 이것을 '도구적 반응‘이라고 한다. 도구적 반응에는 상대에 대한 신체적 공격, 언어를 통한 공격, 밀고, 상대에게 중요한 사물에 대한 공격,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화풀이 하는 등의 직접적인 공격 행동도 있고, 상대와의 냉랭한 대화, 제3자를 통한 상담 등 공격을 동반하지 않은 행동도 포함된다.
대뇌 변연계의 분노의 발생과 그에 따른 자율 신경 반응은 눈앞의 긴급 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결국 분노의 감정이 생기는 것과 표출적 반응이 일어나는 것 모두 달리 대처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오히려 다음에 어떻게 도구적 반응을 할 것인가, 어떻게 분노와 마주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우리는 어떨 때 분노하는가?
우리는 일상에서 어떨 때 분노를 느낄까? 분노를 느끼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인간관계에 관련한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통해, 분노를 느끼는 경우엔 신체적(물리적) 피해보다는 심리적 피해를 받는 상황이 많았다.
구체적으로는 자신이 난처한 상황인데도 상대방이 도와주지 않는다거나 아무렇지 않게 약속을 깨뜨리는 행위, 깔보는 언동을 한다는 등의 상황에서 분노를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런 심리적 피해를 입었을 때 모두가 반드시 분노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약속했던 상대가 나타나지 않은 경우 사고로 지하철이 멈춰 어쩔 수 없었을 거야'라고 넘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의적으로 약속을 깨뜨렸을 꺼야'라고 생각해 분노를 느끼는 사람이 있다.
분노는 개인의 생각, 결국 주관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같은 상황이라도 그 판단에는 커다란 개인차가 존재한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피해의 정도나 상대의 책임을 크게 부각시키는 반면, 화를 잘 내지 않는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분노를 겉으로 표출하는지 안 하는지에 관계없이, 분노의 감정에 휩싸이기 쉬운 사람은 다양한 질병에 걸릴 위험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가 알아차릴 수 없도록 분노를 억누르고 있어도, 생체 안에서는 교감 신경이 작용해 혈압 상승, 심장 박동수 증가, 소화 기능의 억제, 내분비계 반응에 의한 면역 기능의 저하 등이 일어난다.
특히 분노와 심장병과의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분노하기 쉬운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심장병의 위험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에 개인차는 어떻게 생길까?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에는 개인의 성격과 당사자가 속해 있는 문화와 사회, 세대, 자란 환경, 성별, 유전, 질병의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에게 분노 등의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 문화가 존재하는데, 공적인 장소에서는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데 상당히 소극적인 편이다.
남녀의 차이에 대해 일본의 유카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여러 연구를 통해, 분노 감정의 발생 그 자체에는 성별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신체적인 공격 행위의 경우 남성에게 많이 나타난 반면 신체를 사용하지 않는 공격에 대해서는 여성 쪽이 많았다. 사회적 환경에 따라 남성은 이래야 하고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식의 고정 관념의 영향이 큰 것으로 생각된다.”
더구나 지위나 상대에 따라서도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윗사람에 대해서는 꾹 참고 있다가 부하나 연하에게 화를 내도 괜찮다.'라는 식의 생각이 강하다. 또 가족에겐 화를 잘 내지만 중요한 친구에 대해서는 참는다는 경향도 볼 수 있다. 가족이라면 화를 내도 관계가 깨지지는 않는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유카와 교수는 설명한다.
한편 음주나 약물, 질병에 의해서도 분노가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술에 취한 사람들끼리의 싸움은 음주로 인해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면 뇌가 마비되면서 전두전 영역이 억제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대마나 각성제 등의 약물 이용, 알츠하이머병 등의 치매, 조현병 등의 정신 질환, 뇌종양 등 요인이 무엇이든 전두전 영역의 기능 저하로 이어지면 상황은 분노를 표출하기 쉽다.
전두전 영역은 분노의 감정을 제어할 뿐 아니라 다른 감정의 제어나 사고, 인지 등 '인간 특유의 고도 뇌 기능 전반'을 관장한다. 이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1848년 미국인 피니어스 게이지(Phineas Gage, 1823~1860, 당시 25세)는 작업도중 암반 폭파 사고를 당해 긴 쇠막대가 왼 쪽 뺨에서 전두전 영역 쪽으로 관통하는 부상을 입었다.
게이지는 사고 직후에도 의식이 있었으며, 그 후 치료를 통해 회복한 것처럼 보였지만 사고 이전의 성실하고 예의 바르며 온화한 성격이 갑자기 바뀌고 말았다. 쉽게 화를 내고 고집이 세며 우유부단한 모습을 접한 친구는 그는 더 이상 내가 아는 게이지가 아니야'라고 말할 정도로 변해 있었다고 한다.
분노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된다.
흥미롭게도 '어떤 사람의 분노‘는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는 현상이 있다. 이것을 '감정 전염'이라 부른다.
올림픽 결승전이나 노벨상 수상식을 상상해 보자. '얼굴 가득히 웃음을 띠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자신도 들떠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을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반대로 재해나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감정 전염’은 분노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예를 들어 코로나의 소용돌이처럼 스트레스를 계속 받은 환경에서 '어릴 적부터 화만 내는 부모에 영향을 받아온 어린이가 쉽게 이성을 잃는다'거나 '분노를 터뜨리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며 자신도 화가 난다‘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런 감정 전염은 뇌의 '거울 뉴런 시스템(MNS, Mirror Neuron System)'에 의한 것이다. 뉴런 중에는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활성화하는 것(거울 뉴런)이 있는데, 거울 뉴런은 자신이 상대와 같은 행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메커니즘을 만들어 낸다.
거울 뉴런은 신경 생리학자 자코모 리콜 라티(Giacomo Rizzolatti, 1937~)가 1996년에 처음 발견했다. 그는 먹이를 취하는 행동과 관련된 뉴런을 해석하기 위해 마카크 원숭이의 대뇌 피질에 전극을 꽂아 실험을 할 때, ‘실험자가 먹이를 집어 드는 행동‘과 동기해 활동하는 뉴런에 주목했다. 이것이 거울 뉴런의 예였다.
그 후, 인간에도 거울 뉴런과 비슷한 뇌 활동이 있음을 발견했다. 인간 MNS(거울 뉴런 시스템)의 근간에는 '행동의 모방'이 있으며, 거기에서부터 타인의 행동과 감정의 이해, 의도의 추측, 공감하는 능력 등이 생겨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혐오나 불안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는 대뇌의 섬피질 앞쪽과 띠이랑[대상회(帶狀回)] 영역의 MNS가 중요하다는 보고가 있다.
이들 영역이 손상된 환자에게 '눈만 보이는 사진을 보고 표정을 맞히는 문제'나 '이야기를 읽고 다른 사람의 심리적 상태를 추정하는 과제' 등을 풀게 하면, 건강한 사람에 비해 성적이 유의미하게 낮다고 한다.
분노는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이제 분노의 자기 조절(self-control)에 대해 생각해 보자. 단, 다음의 세 가지에 주의해야 한다. 첫째, 일상생활에서 분노를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좋은지 나쁜지 문제 삼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 느낀 분노를 겉으로 표출하는 것이 반드시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인종 차별이나 중대 범죄에 대한 분노(공분)는 사회 질서와 안정에 기여하는 일면도 있다.
셋째, 어떤 분노이든 대부분의 경우는 시간이 지나면서 누그러지며, 특히 그냥 두더라도 며칠에서 1주일 정도면 잊혀진다는 점이다. 특정한 분노가 2주일 이상 반복적으로 느껴지면 그것은 상당히 뿌리 깊은 분노라고 할 수 있겠다.
유카와 교수는 분노를 느끼고 누그러질 때까지의 과정을 '분노(비대화) -> 냉정(객체화) -> 해결(종식화)' 순으로 3단계를 거친다고 설명한다.
분노(비대화) 단계에서는 상대나 제3자에 대한 분노가 '언어나 신체를 통한 공격으로 나타나든지 비참한 감정이나 억울 상태로 나타난다.
이어 냉정(객체화) 단계로 접어들게 되는데, 이때 상대에 대한 공격이나 사물들에 대한 화풀이가 사라지고 냉정해지면서, 분노를 느꼈던 경험에 대해 생각하거나 제3자에게 상담할 수 있는 단계가 된다. 해결(중식화) 단계에 이르면 강한 분노의 감정은 거의 사라지고 끝난(없던) 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결국 분노를 자신 안에서 정리해 억제하는 것은 얼마나 부드럽게 해결(종식화)에 도달했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일로 기분 전환을 하거나 운동이나 일에 집중하는 것 또한 분노의 비대화를 멈추는 데 효과가 있다. 유카와 교수는 비대화(분노) 단계에서는 '호흡법'이, 객체화(냉정)와 종식화(해결) 단계에서는 ‘필기 개시법'이 각각 효과적이라고 한다.
효과(즉효성)를 기대할 수 있는 복식 호흡법
호흡법과 관계 깊은 것이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명상'이다. “최근 마인드풀니스 명상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마인드풀니스 명상이란 '지금 이 순간을 중요시 하는 생활법(마인드풀니스)'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이다. 호흡법은 마인드풀니스 명상에 포함되며 그 밖에 요가, 좌선에서도 중시된다.” 자신도 마인드풀니스를 실천하는 유카와 교수의 말이다.
마인드풀니스 명상은 호흡과 자세에 집중함으로써 자신의 마음 상태를 관찰하고 떠오르는 생각이나 분노를 포함한 감정, 신체 감각을 살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 위한 훈련이 된다.
마인드풀니스 명상도 원래는 불교의 개념이었다. 미국의 의학자 존 카밧진(Jon Kabat-Zinn, 1944~)이 의료 행위로 좌선과 요가를 바탕으로 만든 방법으로, 지금은 여러 나라에서 주목 받고 있는 명상이다.
마인드풀니스 명상의 복식 호흡은 배가 홀쭉해질 때까지 입으로 천천히 숨을 토해 내고 다음 코로 공기를 흡입해 배를 불룩하게 하는 사이클을 반복하는 호흡법이다, 복식 호흡에는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해 분노를 가라앉히는 즉효성 효과가 있으며, 그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이미 증명되었다.
일본 와세다 대학 연구팀이 실시한 실험에서는, 복식 호흡(2분)을 한 그룹은 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분노의 감정이 누그러들고 혈압이 내려가는 신체적 변화가 일어났다고 한다. 결국 복식 호흡법은 즉효성(효과)이 있으며 심신이 안정되는 것을 실감한다.
palms@ coconutpalms.info
출처: 뉴턴 2021.03
출처: 뉴턴 20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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