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쥐 공원 으로 본 세상

타지 생활을 하는 한 건설 노동자는 가족과 함께 할 때는 술을 전혀 하지 않는다. 유독 타지 생활에 혼자 있을 때만 술을 마신다. 고단한 하루를 시작해서 밤이 되면 녹초가 되어 버리는 그는 주말이 되면 밤거리를 서성거리기도 한다. 외로움을 달래 줄 대상을 찾기 위해서다.

어느 가장이 가족 눈치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끊임없이 피우는 통에 간접흡연으로 폐가 망가질 지경이다. 가장은 큰맘 먹고 끊어도 얼마 못가 다시 담배를 피워댄다. 가장의 속내를 들어보면 맘먹고 담배를 끊어도 자식이 사고로 다치거나 사업이 실패하는 등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면 기댈 곳이 필요해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된다고 한다.


쥐 공원 실험

1980년 캐나다의 심리학자 브루스 K. 알렉산더 박사는 마약 진료소에서 인턴으로 헤로인 중독자를 치료한 경험이 있는 그는 비좁은 우리에 혼자 있는 쥐를 발견하고, 마약 중독 실험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알렉산더 인터뷰 = 유튜브 캡처
솔직히 혼자 있는 쥐는 약물을 마시는 것 외엔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중독의 원인이 환경에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실험을 하기로 한다. 먼저 두 개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비좁고 격리된 일반 우리로 하고, 두 번째 그룹 “쥐 공원”에는 넓은 공간에 여러 마리를 넣어 각각 모르핀이 든 물과 일반 물을 함께 주었다.

유튜브 캡처
“쥐 공원“의 환경은 넓은 공간에 톱밥으로 푹신하게 덮어 주었고, 환한 조명과 적절한 온도, 쥐들이 좋아하는 먹이와 다양한 놀이 기구를 설치한 다음 여러 마리를 풀어 놓았다. 약간의 통제도 허용하지 않는 공간에 자유롭게 해 주었다. 물론 교미도 허용되었다.

쥐들을 관찰하기 위해 모르핀이 든 물과 일반 물을 마실 때마다 섭취량을 기록하여 통계를 내었는데, 그 결과가 놀라웠다. 좁은 우리 안의 쥐들보다 모르핀 섭취량이 현저히 적게 나왔다.

이 결과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모르핀에 중독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게 섭취한 것이지 중독되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실험을 하기로 했다.

두 그룹의 쥐들에게 똑같이 57일 동안 모르핀이 든 물을 강제로 먹여서 중독되게 한 다음 쥐 공원과 좁은 우리에 풀어 놓았다.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모르핀이 든 물과 일반 물을 주었는데,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쥐 공원의 쥐들은 모르핀이 든 물을 적게 마셨다.

이 결과가 말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혼자 보다는 여럿이, 좁은 공간 보다는 보다 넓고, 다양한 놀이가 있는 공간에서 다양한 쥐들과 어우러져 있는 게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다.

월남파병들이 전투에서 마약에 중독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이들이 전장에서 가족으로 돌아간 후로 대부분 마약을 끊었다는 사례가 있다.

일반적인 중독은 개인의 병리적 문제에만 치중한 반면 “쥐 공원“ 실험을 통해 사회적, 환경적 문제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행복한 상태에 있으면 중독되지 않는다.

지역마다 문화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의 경우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좁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게 전부다.

집에서 대화할 상대가 없는 청소년은 게임으로 무료함을 달래려고 한다. 주변에서 보기에 게임 중독자로 비춰지는 건 당연하듯, 또 게임에 만족할 수 없는 청소년은 오토바이로 도로 한복판을 질주하면 폭주족처럼 비춰져 불량한 아이들로 오해받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는 알코올 중독, 니코틴 중독, 카페인 중독, 도박 중독, 게임 중독, 스마트폰 중독, 쇼핑 중독 등 각양각색으로 너무도 많고 다양하다. 심지어 사람에 강한 집착을 보이기도 한다.

어느 지역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다.

주민들이 길바닥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통에 골머리를 앓는다. 단속을 해도 그때뿐이지 나아지질 않자 다른 원인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쓰레기통을 설치해 주었다. 그랬더니 주민들이 스스로 쓰레기통에 버리더라는 것.

이 시례를 정리하면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게 단속을 할 게 아니라 쓰레기통에 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사회가 달라질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담배를 강제로 끊으라고 하기보다 담배 생각이 나지 않는 환경으로 바뀐다면 스스로 담배를 끊는다.

마약도 같은 맥락이다. 마약을 단속하고 강화한다고 해서 삶의 환경이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면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들이 만족할만한 삶을 살고 있고, 매우 행복한 상태에 있으면 마약에 손댈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행복해 질 수 있는 요건은 보고, 듣고, 말하는 것에 충족이 되면 누구나 행복해 질 수 있다.

그럼, 쥐 공원에 있는 쥐들은 모두 행복한 것일까? 먼저 이들을 중독에 내모는 건 누구일까? 궁지로 내모는 것도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자신의 선택에서다.

쥐 공원의 쥐는 아주 소수는 행복해 하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좋은 환경이란 단지 보조적인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성향에 따라 다양한 놀이, 좋은 음식, 쾌적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것에도 호기심에 반응하지 않고, 어떠한 것도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면, 어떤 환경에서도 행복해 할 수 없다.

이 문제는 개인의 병리적 문제에서 시작되며, 수동적인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그러나 대인관계를 통해 생활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한다면 좀 더 나은 환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john@coconutpalms.info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