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뇌를 제어하다.


사진 = 픽사베이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칼 다어서로스 연구팀이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최초로 빛에 반응하는 채널로돕신 단백질을 이용한 광유전학 연구 자료를 발표하였다.

이때부터 광유전학 기술이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이제는 실험쥐의 감정까지 조절할 수 있게 되었고, 인간에게 적용할 방법까지 고려중에 있다고 한다.

광유전학(optogenetics)은 빛(opto-)과 유전학(genetics)의 합성어로 빛에 반응하는 유전자를 실험쥐의 뇌에 삽입하여 빛을 비추면 신경세포(뉴런)가 활성화 되면서 신경세포를 조작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초창기에는 뇌의 특정 부위에 빛을 쬐면 쥐의 행동이 바뀌는 것을 확인하는 정도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뇌에 광섬유를 이식하는 방법이나 신경세포에서 새로운 신호를 만들거나 억제하는 기술도 개발되었다.

2014년 4월 사이언스에서 초파리의 다리 근육 세포에 이온 채널 유전자를 주입하고 빛을 조절하면 초파리의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2015년 10월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실린 내용에 따르면 실험쥐의 뇌에 기존 채널을 이용해 활성화시키는 단백질 중 하나를 조작해 빛으로 켜고 끌 수 있게 만든 다음 그 부분을 빛으로 활성화 시켰더니 기억력이 두 배로 향상되었다고 한다.

최근 미국 남가주대 알란 호사저 연구팀은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시력을 잃은 망막세포에 채널로돕신 유전자를 주입하면 일정 수준의 시력이 회복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수중 미로 실험에서 조명을 비추었을 때 치료 받은 쥐는 치료받지 않은 쥐 보다 빨리 탈출 경로를 찾았다고 한다.

지금은 광섬유 케이블이 달린 쥐의 모습이었지만 최근에는 광케이블이 없는 무선 마우스가 개발되었다. 이 장치는 따로 전원을 공급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빛을 만들어 뇌에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이 장치를 활용해 앞으로는 인간의 뇌에 심어 조절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사한 방법으로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는 뇌심부자극술은 뇌의 특정 부위에 전극을 넣어 전기 자극을 주는 시술이 활용되고 있다. 불안, 공포, 중독, 우울증 등 정신질환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머리의 살을 찢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사진 = 픽사베이
2016년 1월 선웅 고려대 의대 교수팀은 투명인간을 만드는 약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생체를 초고속으로 투명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원하는 부위만 염색할 수도 있다.

투명화 기술을 광유전학 기술에 접목만 할 수 있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사람의 머리에 칼을 대지 않고 뇌 치료가 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기대를 해본다.


광유전학이 동작하는 원리 :

광유전학의 원리를 살펴보면 해조류의 일종인 녹조류에는 채널로돕신이라는 단백질이 있다. 채널로돕신의 채널은 어떤 것을 통과한다는 뜻의 채널을 의미하고, 로돕신의 말은 빛과 관련된 단어로 빛이 들어오면 채널이 열리면서 양이온들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차단하면 채널이 열리지 않아 양이온들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지 않게 된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특정 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방법을 다어서로스 연구팀이 개발한 것이다.

신경세포(뉴런)의 채널이 열리게 되면 양이온들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면서 이로서 세포 안과 밖의 전위차가 발생하게 되어 신경세포는 즉시 흥분하게 된다.

이 흥분을 활성이라 부르고, 양이온과 채널의 혼합을 이온 채널이라 부르고 있다.

신경세포가 활성화(흥분)하게 되면 신경세포들끼리 신경신호를 서로 주고받게 되고, 우리의 뇌는 즉각적으로 활발하게 인지하고, 지각하게 되는 것이다.


빛으로 기억조작이 가능하다 :

사진 = 과학동아
2008년 네이처에 실험쥐의 뇌에 빛을 쬐어 기억 조작이 가능하다는 논문이 실렸다. 광유전학을 이용하면 악몽과 같은 최악의 기억을 긍정적인 기억으로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이다.

2013년 미국 MIT대 도네가와 스스무 연구팀이 거짓 기억을 심는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도네가와 스스무 연구팀에 의하면 쥐의 뇌에 특정 기억을 담당하는 뉴런에 빛을 쬐어 기존의 기억 위에 새로운 기억으로 덧씌워 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쥐는 보통 두려움 때문에 탁 트인 공간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쥐의 편도체(공포, 불안 등의 감정을 제어하는 뇌의 영역)에 빛을 쬐어 주었더니 쥐들은 별다른 두려움 없이 탁 트인 공간을 자유롭게 활보했다고 한다.

이것은 불안이나 공포, 두려움 등을 긍정적인 기억으로 바꿀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쥐가 A 구역에 지나 갈 때 마다 전기 자극을 주어 나쁜 기억이 심어 지도록 하였더니 나중에는 자연스레 A 구역을 비켜 갔다는 것, 다시 쥐의 뇌에 10여분 정도 빛을 쬐어 주고 다시 A 구역에 보내었는데, 이번에는 A 구역을 피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술이 안정성만 확인되면 나쁜 기억의 대물림 즉 폭력이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john@coconutpalms.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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